‘생활고’ "네 모녀의 숨지채 발견… 한달간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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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네 모녀의 숨지채 발견… 한달간 아무도 몰라"
  • 김성남 기자
  • 승인 2019.11.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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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3명 / 다세대주택서 함께 숨진채 발견 / “하늘로 간다” A4 2장 유서 남겨 / 경찰, 극단선택 가능성에 무게 / 이웃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 / 구청 “공과금 체납 기록은 없어”
/서울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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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일보=김성남 기자] 성북구 다세대 주택에서 평소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70대 여성과 40대 딸 3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서울 성북경찰서는 어머니 김모 씨와 딸 이모 씨 등 4명이 2일 오후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2일 건물 보수공사를 하려고 김 씨의 집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는 현관문이 잠겨 있고 문밖으로 악취가 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한방에서 발견됐다. 다른 방에는 ‘하늘나라로 간다’ 등의 내용이 적힌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있었다.

경찰은 이날 시신의 부패 상태로 미뤄 경찰은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 이유를 수사하고 있다.

이날 성북구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었다. 구 관계자는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면 구청에 통보되는데 이 가정은 공과금을 체납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사기와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채무로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한 주민 A 씨는 “과거 김 씨가 사기를 당한 뒤 가세가 기울었다. 8년 전쯤 숨진 김 씨의 남편도 생전 건강이 좋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동안 딸 2명은 2013년경부터 성북구에서 자영업을 했지만 장사가 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매의 지인 B 씨는 “수개월씩 월세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보증금까지 잃고 3년여 만에 가게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들 모녀는 2016년부터 해당 주택에 거주했다. 약 56m²(약 17평) 크기에 방이 2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전 주택 현관에는 흰색 꽃 여러 송이가 놓여 있었다.

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을 그동안 지원책은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법원의 공적 채무조정과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 사적 채무조정이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액이 무담보 채무는 5억 원, 담보부 채무는 10억 원 이하인 개인채무자가 법원이 정해준 금액을 나눠 갚으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다.

개인파산 제도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사람이라면 채무액과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채무감면 프로그램이 위기에 빠진 이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채무지원 제도의 요건이 엄격하고 서류 작성 문제 등으로 개인이 지원하기 쉽지 않아 결국 법무사 등을 찾아가면 또 다른 비용이 든다”며 “채무조정 상담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센터, 경찰 등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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