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실종됐던 딸, DNA로 엄마 찾아"… 44년 동안의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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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실종됐던 딸, DNA로 엄마 찾아"… 44년 동안의 뒷 이야기
  • 김성남 기자
  • 승인 2019.10.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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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44년만에 DNA가 찾아준 모녀 / "난 할머니 댁 간 줄 알았다. / 44년 전 엄마의 기억 뒷 이야기 / "전 기차역이 기억나요" 44년 전 딸의 기억 / 한국어와 영어, 통역앱으로 매일 한 시간 반 씩 통화 / 모녀가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44년 만에 만났다. /혹시나 해서 등록했던 DNA가 모녀를 찾아
한태순 씨의 딸 신경하 씨 어린시절 사진. /서울1TV.
한태순 씨의 딸 신경하 씨 어린시절 사진. /서울1TV.

[신한일보=김성남 기자] 44년 만에 만난 한태순 씨와 신경하 씨.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한태순 씨의 딸 신경하 씨는 1975년 5월 9일 실종됐다. 그리고 모녀는 44년 동안 헤어져 있다 2019년 10월 18일 다시 만났다.

딸을 잃어버렸던 당시 엄마 나이는 18살 "어린 엄마는 67살이 됐고, 졸지에 엄마를 잃어버렸던 딸은 49살이 돼 미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런 모녀의 '기적 같은 만남'에 많은 시청자가 한마음으로 공감과 응원을 보냈으며,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찾게 됐는지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소개 한다.

당시 두 모녀는 "시장에 갈 건데, 같이 갈래? 하니까 친구들이랑 더 놀겠다고 안 가겠대..." 한태순 씨는 44년 전 딸이 실종됐던 날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집에 큰딸 경하는 없었다. 한 씨는 경하 씨가 근처에 사는 할머니 댁에 갔을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신경하 씨 1975년 5월 9일 실종 당시 사진./서울1TV.
신경하 씨 1975년 5월 9일 실종 당시 사진./서울1TV.

평소에도 종종 할머니 댁에 혼자 다녀오기도 했고, 경하 씨가 워낙 똘똘한 아이라 이번에도 그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는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도 경하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씨는 당장 경하 씨를 찾아 나섰다. 경하 씨를 동네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는 이웃도 경하 씨가 할머니 댁에 간다고 했다고 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매일같이 경찰서를 찾아다니기를 2~3년 발톱이 다 뽑혀나갈 정도였다.

한씨 가족은 가족 모두 지쳐갔고 특히 힘들어하던 어린 두 자식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한 씨는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운 기술로 일하며 손님들에게 잃어버린 딸의 이야기를 계속해 되풀이했다. 그 덕에 한 씨의 단골손님들은 경하 씨 이야기를 다 안다고 한다.

그렇다면 딸은 실종됐던 그 날의 기억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태순 씨가 경하 씨에게서 들은 내용을 복기해 보면 이렇다.

경하 씨는 44년 전 실종된 뒤 '기차역'이 기억난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차를 타러 갔는데 경하 씨가 열차에 올라서자, 갑자기 문이 닫혔고 엄마와 헤어졌다고 했다.

엄마 한 씨는 "기차역은 평소에 잘 가지도 않고, 할머니 댁과 정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간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하 씨 말을 계속 들어보면 그렇게 기차를 타게 된 경하 씨는 충북 제천에 도착했고 그곳의 한 보육원에 있다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됐다고 한다.

현재 경하 씨는 미국에서 지금의 양부모님을 만나 잘 성장했고, 간호사가 돼 지금은 미 인디애나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가정을 꾸린 경하 씨는 현재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서울1TV.
지난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딸 신경하씨가 엄마 한태순씨를 44년만에 상봉했다./서울1TV.

40여 년 만에 모녀를 만나게 해준 건 바로 DNA였다. 3년 전 한 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DNA를 등록해 두면, 등록된 다른 DNA와 대조를 통해 딸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씨는 곧바로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어디서 등록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 길로 DNA를 등록했다.

한 씨가 DNA를 등록한 비영리 단체는 '325캄라'(325Kamra)라는 곳으로 그동안 해외로 입양된 한인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곳이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런데 보름 전인 지난 4일, 한 씨에게 '딸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경하 찾았어요'하는데 내가 다짜고짜 '사기 치냐?' 이랬어요"라며 한 씨는 당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딸을 찾았다는 소식에 몸에 경련이 올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한 씨의 딸 경하 씨도 DNA를 등록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고 보니 경하 씨도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경하 씨는 미국의 한 업체에 DNA를 등록해뒀고 얼마 전 경하 씨 딸의 권유로 유전자 정보를 다른 업체로 이관했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이관한 단체가 325Kamra와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여서 두 달 전 한 씨의 DNA와 대조를 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44년 만에 찾은 경하 씨는 한국어를 다 잊었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한 씨는 스마트폰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딸과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딸이 한글을 다 잊어 '엄마'라는 단어도 '옴마'라고 적는다고 말하며, 한 씨는 한참 웃었다.

한 씨는 44년간의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궁금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딸 경하 씨와 기억을 맞춰봤다고 했다.

경하 씨의 왼쪽 허리에 있는 작은 흉터, 경하 씨가 조르고 졸라 시장에서 사줬던 꽃신, 그리고 한 씨 가족이 살던 마을의 약도까지. 모녀의 기억은 일치했다.

한 씨는 특히 '꽃신'을 보고 경하 씨가 딸이 맞는다고 확신했다. 가난했던 시절, 경하 씨가 떼를 쓰는 바람에 사줬던 꽃신은 경하 씨가 실종된 날에도 신고 있던 신발이었다.

경하 씨는 바로 그 신발을 신고 찍은 사진을 한 씨에게 보냈고 그날 한 씨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꿨다.

지난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경하 씨는 2주 정도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공항에서 만난 경하 씨는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예전에 살던 곳과 한국을 떠나기 전 머물렀던 보육원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마 한태순 씨도 "지금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며, "이제야 드디어 온전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한태순 씨는 이어 아직도 실종된 아이를 찾고 있는 부모들, 그리고 가족을 찾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딸을 찾은 사연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현재 20년 넘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장기실종 아동은 국내에 486명이다 KBS는 19일과 20일 이틀동안 '장기실종 아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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