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탈북 母子...아동수당, 가스 끊겨도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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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탈북 母子...아동수당, 가스 끊겨도 아무도 몰랐다
  • 김성남 기자
  • 승인 2019.08.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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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시달리다 숨진 ‘탈북여성과 여섯살배기 아들’…"재발 방지 나서야"
/서울1TV
주민센터 "아동수당도 직접 신청 / 생활고 시달리다 숨진 ‘탈북여성과 여섯살배기 아들’ / 텅빈 방엔 아들이 그린 낙서와 낡은 성경책 하나 뿐 / 이웃들 "중국사람인 줄만 알아 / 탈북민 인줄 알앗으면 쌀이라도 줬을텐데" / "재발 방지 나서야" / 與野, 탈북민 모자 비극적 죽음에 애도

[신한일보=김성남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 20층. 16가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복도 한 가운데 ‘청소완료. 소독 중’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창문 틈으로 들여다보니 1.5평 남짓한 방 안은 텅비어 있었다. 베이지색 방문엔 까만 싸인펜, 연필로 사람과 컵 등을 그려놓은 낙서가 가득했다. 방 한쪽 귀퉁이에는 낡은 성경책 한권과 먼지 쌓인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지난달 말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숨진 채 발견된 탈북여성 한모(42)씨 모자(母子)가 살던 곳이다.

한씨는 여섯살짜리 아들과 함께 숨을 거둔지 두달여가 지나서야 발견됐다. 지난달 31일 아파트 경비원이 처음 발견했다.

수도검침원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가봤더니 엄마는 거실에, 아이는 작은 방 안에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집안에 쌀이나 물은 없었고, 고춧가루만 조금 있었다"고 했다.

집 앞 도시가스 검침표에는 지난 4월 적은 숫자가 마지막이었다. 두달 가량을 가스가 끊긴 채 지냈다는 이야기다.

관악구와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2009년 12월 남한에 정착했다. 초기엔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았지만, 이듬해 8월 한씨가 한 대학의 생활협동조합에 취직하면서 지원받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됐다. 이후 2012년 3월엔 아들도 낳았다. 이어 같은 해 5월 중국동포와 결혼도 했다.

봉천동 집은 비워둔 채 남편, 아들과 함께 경남 통영으로 이사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3~14만원은 미루지 않고 꼬박꼬박 냈다고 한다. 2017년 8월에는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작년 9월 귀국했다. 돌아올 때는 한씨와 아들, 둘 뿐이었고, 비워뒀던 봉천동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올 1월 남편과 이혼했다.

작년 10월 봉천동에서 이사와서는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도, 아동수당·양육수당 신청도 직접했다고 한다. 주민센터 한 직원은 "(한씨가) 신청서 작성을 어려워해서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면서 "사회보장제도도 알 정도였으면, 주민센터에라도 도움을 요청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라고 말했다.

그것도 잠시, 해가 바뀌면서 아동수당 지원은 끝이 났다. 아들이 만 6세가 넘었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는 ‘만 7세 이하’로 지원 대상이 확대됐지만, 한씨의 경우 올해 3월로 지원이 끊긴 것이다. 경찰과 관할 지자체가 파악하기로, 한씨 모자의 생활비는 보건복지부에서 지급하는 양육수당 월 10만원 가량이 전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 모자가 살던 임대아파트는 한 동에 10여평 짜리 360여 가구나 모여산다. 복도식이고, 서민들이 사는 곳이어서 여름이면 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집도 더러 있다. 웬만하면 오가면서 얼굴 정도는 아는 사이들이다. 특히 문을 열고 지내는 노인 가구가 많아 한씨 아들처럼 어린아이가 뛰어 다니면 눈에 잘 띈다

주민 이모(81) 할머니가 안타깝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할머니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라도 아는 척하고 쌀이라도 좀 줬을텐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층 주민 유모(30)씨는 "말씨가 우리와는 조금 달라 중국인인 줄로만 알았다"며 "집을 너무 자주 비워서 고향(중국)으로 건너가서 사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했다.

주민 장모(63)씨는 "맨날 모자를 쓰고 다녔고, 이웃이랑 전혀 교류가 없었다"면서 "어린 아들과 함께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고 하니 어렴풋이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장씨는 "아이가 복도에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두 보긴 했는데… 그래도 참 얌전한 아이였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 안에 먹을 것이 다 떨어져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정황이 있어 ‘아사(餓死)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현재까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한씨 모자의 부검을 의뢰해 두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여·야는 1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자인 40대 여성과 여섯살짜리 아들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데 대해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비극적 사고에 대해 통일부 등 정부 관계 부처의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 "탈북민이 정보나 법률 지식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해 수시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역사는 '자유와 배고프지 않을 권리를 찾아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친북 성향의 문재인 정부 치하 수도 서울에서 굶어 죽었다'고 기록할 것"이라며 "탈북민에 대한 올바른 대우를 통해서 우리는 통일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반문했다.

민 대변인은 "한 발에 수십억 원씩 하는 미사일 수십발을 불꽃놀이 하듯이 펑펑 쏘는 북한에 저자세로 쌀 퍼줄 생각 말고 국내의 탈북인 등 불우한 우리 국민부터 챙기라"면서 "정부는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험난한 탈북과정을 이겨내고 자유를 찾아온 땅에서 굶어 죽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며 "통일부 산하기관인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소외되는 탈북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방침은 허울뿐인 슬로건이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북한 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또 차별받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통일부의 엄중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사선을 넘어온 동포를 굶어 죽도록 방치했다"며 "국민이 아사조차 막지 못하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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