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같은 “국민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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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같은 “국민의 심판”
  • 임승환 기자
  • 승인 2019.07.15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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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일보=임승환 기자] 모든 생명체는 군집을 이루고 살아간다. 산을 오르다 보면 진달래 군락지가 있고 소나무 군락지가 있고 밤나무 군락지가 있다. 

들판을 걸을 때도 잔디군락지가 있고 갈대군락지가 있고 억새군락지가 있다. 밀림속도 마찬가지이다. 원숭이군락지가 있고 사슴군락지가 있고 들소군락지가 있다. 심지어 하늘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철새들 역시 수십,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먹이를 찾아 옮겨 다닌다. ...

인간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대도시에 몰려 산다. 우리나라만 해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같은 대도시에 전체인구의 절반이상이 모여 살고 호주도 시드니, 멜보른, 브리스베인 같은 3개 도시에 전체인구의 절반이상이 몰려 살고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왜 이렇게 모여서 떼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일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뭉치는 길이야말로 가장 잘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한일보 임승환 기자

특히 힘이 약한 동물들일수록 모여서 사는 것은 최선의 생존방법이다. 당장 멸치, 꽁치, 청어 같은 작은 물고기들은 물론이고 고래, 상어, 악어 같은 초대형 바닷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떼를 이루고 살아간다. 산짐승들도 예외가 아니다. 멧돼지, 노루, 산양 같은 짐승들도 모두 떼를 이루고 살아간다.

정치가 떼거리를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질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수를 바탕으로 하는 일이다.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사람도 한 표이고 용서할 수 없는 중죄를 지은 죄인도 한 표일 뿐이다. 

따라서 정치적 성공은 곧 떼거리를 모으는데 성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당지지율 혹은 정치인 지지율은 지지자들의 인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의 숫자를 따지는 것이다. 

아무리 저주받을 못된 인간들이 지지하더라도 표가 많으면 당선된다. 이렇게 정치는 정의, 도덕, 인륜, 양심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떼거리 숫자만을 따진다.

그런 숫자놀음의 산물인 정치는 정말 숫자놀음으로 끝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어리석은듯 보이면서도 현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헌법개정 같은 국가적 대사는 국민투표에 붙인다. 

더욱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의 원리가 무수한 다수의 경우를 종합하고 분석한 결과이듯 수많은 투표로 모아지는 민초들의 심판은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국가마다 선거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그치지 않으면서도 선거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이렇게 다수의 표에 의한 국민의 심판보다 좋은 판결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여, 떼거리를 몰고 다니면서 마음껏, 능력껏 갑론을박하며 싸워보라. 국민들은 당신들의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하나까지 잊지 않고 평가하여 표로서 응답할 것이다. 

그런 하늘같은 국민의 심판이 있는 한 그대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는 새가 숲을 떠나서 살 수 없고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 민초들의 표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그대들의 숙명임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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