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無稅)국가는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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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세(無稅)국가는 불가능할까?
  • 임승환 기자
  • 승인 2019.07.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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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일보 임승환 기자.

[신한일보=임승환 기자] 인류역사상 세금없는 국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든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 국방비를 충당하고 공무원의 봉급도 주고 여러 가지 국책사업도 벌인다. 하지만 국가가 거두는 세금은 권력을 앞세운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예부터 국가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는 짓을 두고 가렴주구(苛斂誅求)라 했고 오늘날도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라마다 그치지 않는다.

개세(皆稅)원칙에 의해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 형평을 잃는다는 말은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는 국민도 있고 착취를 당하는 국민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평민층은 주로 착취를 당하는 쪽이었고 특권층은 주로 특혜를 누리는 쪽이었다. 그런 불평등이 극에 이르러 민란이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났던 역사는 수없이 많다. 

더욱이 그런 세금제도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국민 간의 불평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세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착취와 그에 따른 국민간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모든 상품의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정해진다. 설렁탕 한 그릇의 값이 8천원으로 정해지는 이면에는, 또 감자 1kg의 값이 5천원으로 정해지는 이면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동등한 가치를 주고받는다는 등가교환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설렁탕집은 손님에게 8천원의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손님은 8천원의 가치를 구매하는 사람이 되므로 두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주고받는 셈이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런 거래는 두 사람이 모두 똑같은 가치를 주고받는 등가교환이 된다.

개인 간의 거래는 이렇게 판매자와 구매자가 등가교환을 하게 되므로 손해보는 자가 없는 것처럼 국가와 국민 간에도 등가교환을 하게 되면 억울하게 착취당하는 국민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와 국민이 등가교환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 간의 거래방식을 그대로 국가와 국민 간의 거래에도 적용하면 된다. 개인 간 거래에는 상품 값만 있을 뿐 세금은 없다. 

마찬가지로 국가는 자기가 제공하는 서비스 값을 정하고 국민에게 정해진 값으로 판매하면 된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므로 착취는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공항건설비도 세금에서 충당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자. 공항건설비가 국가예산에서 지원된다는 말은 공항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낸 세금의 일부가 공항건설에 지원된다는 말인데 이는 국가가 앞장 서 못사는 사람들을 착취하여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있다는 말이 된다. 

왜 외국여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외국여행을 밥 먹듯 하는 도시 부자들에게 국가가 강제하는 착취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싸든 비싸든 당연히 공항을 이용하는 자들이 그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각종 국책사업도 세금인 국가예산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수혜자들이 100%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국방과 치안 같은 안보확보, 각종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간접시설 확충, 교육·보건 같은 복지혜택처럼 전 국민이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서비스도 없지 않으므로 그런 필수구매항목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과금은 세금이라기보다는 필수서비스의 구매비와도 같은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 국가의 필수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혜자 부담원칙에 의해 이용자가 전액 지불하도록 하자.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는 84세이던 1978년, 국가재정의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무세국가론”을 주장했다. 매년 예산의 일정비율을 적립하면 일정기간 후에는 금리수입만으로 나라예산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굳이 세금을 거두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었다. 

마쓰시타의 무세국가론은 수혜자부담원칙을 전제로 하는 무세국가론과는 다르지만 세금없는 국가를 만들어보자는 발상만은 동일하다 고볼 수 있다.

사회적 위상에 따라 특혜와 착취가 엇갈리는 세금제도가 사라지고 오직 수혜자부담원칙이라는 등가교환만 있는 국가야말로 인류가 지향해야할 올바른 민주국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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