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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성공과 새로운 도전

[신한일보=편집국]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치열한 국제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은 가히 의지의 한국인이 만들어낸 저력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40여개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치킨게임의 극한 경쟁 과정에서 90년대 20여개로 그리고 현재는 삼성, 하이닉스 외에 미국의 마이크론사 등 단 몇 개 업체만이 살아남았다.

이 경쟁 과정을 보면 마치 수십 수백 마리의 새끼 악어들 중에 단지 몇 마리가 살아남아 강을 지배하는 거대한 악어를 연상시킨다.

 1984년 삼성이 64KD램을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을 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모토로라, 인텔, 마이크론 등이 선점하고 있었고, 일본 기업인 NEC,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 들이 미국을 앞지르기 위한 저가 공세를 펼친 해였다.

반도체에 막 진입한 한국을 일찌감치 눌러 버리려는 의도 역시 포함된 전략이었다. 가격은 64KD램이 4달러 수준에서 30센트까지 떨어졌고, 삼성의 적자는 1986년까지 당시 금액으로 누적적자 2,000억 원에 달했으며, 삼성이 망한다는 악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그럼에도, 당시 삼성의 CEO는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을 결정하였다. 이는 수많은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대한 반도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강력하게 견제를 시도했다. 첫번째 반도체 치킨게임은 이렇게 미국, 일본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벌어졌다.

그러나 미국 인텔사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급격한 공급 공백이 생기고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였다. 다행히 당시 걸음마 수준이었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 일간의 고래싸움과 같았던 첫 번째 치킨 게임에서 다행히 생존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치킨 게임이 있었으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력으로 이제 한국 반도체 제조사는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player가 되었다. 위에 열거한 미·일 간에 벌어진 치킨게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은 D램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미국의 마이크론 사가 유일하다.

미국, 일본의 회사와 경쟁해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강자가 되었지만, 이제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자가 바로 눈앞에 와있다.

이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규모의 경제로 상대를 제압하는 양적인 치킨게임이 아닌 새로운 질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도 마이크론사가 건재히 살아 있으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인텔, IBM, 퀄컴 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메모리는 단순히 기억저장 장소를 얘기하며, 메모리의 집적 밀도가 높을수록 저장할 수 있는 data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비메모리는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단순히 다이오드, 트랜지스터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하나이며, 컴퓨터의 CPU chip이나, 스마트폰의 AP chip 과 같이 첨단 전자기기의 운영시스템 반도체도 이에 속한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는 라디오, TV 에 들어가던 다이오드, 트랜지스터부터 시작하여 스마트 폰에 필요한 AP chip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의 역사 과정에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는 기초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자동차 자율주행도 자칭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이 아니라 서구 선진국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전체 반도체의 시장은 연간 4000억 달러 이상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중 메모리 반도체는 2018년 기준 1484억 달러로 반도체 전체 시장의 30% 수준이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시장의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 업체들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한국은 전체 반도체의 trend를 이끌어 가기 보다는 기억저장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요새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신흥 공업국에 제조업이 밀린다고 생각되어지는 미국은 사실상 여전히 Intel, IBM, 퀄컴 등의 회사 중심으로 전자기기의 운영체계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핵심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 하고 있으며, 반도체 설계도를 주고 하청 생산을 대부분 파운드리사인 TSMC (대만)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3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종합반도체 (IDM : Intergrated Device Manufacturer), 팹리스(Fabless), 파운드리(Foundry)로 나눌수 있으며, 이중 IDM은 반도체 설계 기술과 생산 설비를 모두 갖춘 회사를 말한다. 인텔, 삼성, 하이닉스 등이 이에 속한다.

팹리스는 반도체 생산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와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며, 미국의 퀄컴, NVIDIA, 한국의 실리콘웍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파운드리는 본래 주조공정을 통해 금속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말하다가, 반도체 분야에 와서는 반도체 설계도를 고객으로부터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여 고객에게 공급하는 회사이다. 대만의 TSMC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강자이며, 역시 대만의 UMC, 중국의 SMIC가 이러한 회사인 것이다.

파운드리가 반도체 설계를 직접 하지 않는다고 낮은 단계로 생각될 수도 있으나, 반도체 미세 공정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대한 기술에 대한 경쟁력 있어야 하며, 반도체 생산 능력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과 생산 capa.를 모두 갖춘 업체에 반도체 고객들의 주문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보통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인식되어지는 삼성은 이러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해가고 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얘기했던 “삼성은 어려울 때 실력이 나온다” 라는 말이 되새겨지는 대목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진출로 위기감을 느끼는 삼성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를 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앞으로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비중이 있는 파운드리 산업과 이미지 센서 반도체에 집중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대만의 TSMC사가 전체 640억 달러 수준의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Intel, IBM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위탁 OEM 생산한다.

삼성은 꾸준히 이 분야에 공을 들여, 대만과 미국 업체에 이어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으며, 2018년도 기준으로는 TSMC 다음으로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운드리 기술개발에서도 올해 2019년에는 TSMC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지 센서 반도체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영상 빛 신호를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주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의 하나이다. 기존 스마트폰에는 당연히 중요한 핵심 chip일 뿐만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IoT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이미지 센서 반도체의 수요 및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일본의 소니가 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삼성 역시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소니를 바짝 추격하여 이 분야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삼성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질서에서 이미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이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미국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주요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삼성의 선전으로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자동차, 조선에 비하여 고용창출의 효과가 다소 낮으며, 그나마 반도체 생태계가 촘촘히 발전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반도체 생태계의 건강이 단순히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이나 국가 전체의 공익의 영역에 국한된다고 본다면 그것은 짧은 생각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오로지 최상위 포식자만 살아남는다면 결국 포식자마저도 생존이 불가능 하듯이, 반도체 산업 역시 이러한 생태계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건강하지 못한 산업 생태계가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이 어디까지 달려왔으며, 어디에 서있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성찰해 볼 때다.

▶차홍규 한국경찰일보 전문위원/한중미술협회 회장.

신한일보 편집국  pressmail@shinha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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