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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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면 어떨까?
  • 임승환 기자
  • 승인 2019.05.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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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일보=임승환 기자] 자연계에는 죄인이 없다. 새가 벌레를 잡아먹고 늑대가 영양을 잡아먹고 사자가 가젤 을 잡아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계의 먹이사슬일 뿐이다. 또 아무리 큰 고목나무가 그늘을 지우고 작은 잡목들을 자라지 못하게 해도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생존이치일 뿐이다. 자연구성원으로서의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야채를 뜯어먹어도 또 물고기를 잡아먹고 가축을 잡아먹어도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생존이치일 뿐이다. 이렇게 자연계에는 죄가 없다.

그러면 자연계에는 없는 죄가 인간세계에는 언제부터 어떻게 생겼을까? 바로 인간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전쟁에서 패한 자는 전범자가 되었고 그 죗값으로 노예가 되었다. 전쟁을 벌이고 전범자라는 죄를 뒤집어 씌워 체포하고 노예라는 형벌을 가한 자는 바로 인간이었다. 신은 한 번도 전쟁을 벌인 적도, 노예라는 죄목을 만든 적도 없다. 죄를 만든 자도 인간이었고 그 죄에 형벌을 가한 자도 인간이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듯 잘못한 자가 잘못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이 생겼다. 그런데도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인간에게 죄를 짓고 신에게 용서를 비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에게 지은 죄를 왜 아무 관련도 없는 신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빈단 말인가? 전쟁을 일으킨 자도, 살인과 강도짓을 한 자도 모두 인간이므로 사죄를 해야 할 자도 인간이어야 하고 용서를 해야 할 자도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일본에게 위안부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외친다. 일본이 잘못했으니 결자해지적 차원에서 일본이 사과하고 배상하라는 요구는 당연하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 만행을 저지른 일본이 신에게 사죄하고 신이 대신 용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인간이 법을 만들고 그 법에 의해 너는 죄인이라고 규정짓기 전까지 이 세상에 죄인이라고는 없었다. 법을 만든 자도 인간이었고 죄인을 만든 자도 인간이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 만든 죄목에 인간이 처벌되는 “참으로 기막히는 현장”이 바로 인간세상이다. 인간 외에는 자연계의 어떤 미물도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먹고 신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상벌의 당사자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벗어날 수 없는, 또 벗어나서도 안 될 원칙이다. 죄를 지은 당사자가 벌을 받고 공을 쌓은 당사자가 상을 받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인간세상의 원칙이다. 그러므로 잘못한 일이 있으면 당사자를 찾아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세상의 도리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세상은 그런 합리적 세상이지 결코 죄는 인간에게 짓고 용서는 신에게 구하는 그런 비합리적 세상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실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처벌과는 별도로 가해자는 반드시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 용서를 비는 절차를 강제하는 사죄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에 벌어진 경남 진주 가좌주공아파트의 방화 살인사건 같은 강력사건의 범인, 2018년 10월, 경남 거제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힘겹게 살아가던 50대 여성을 건장한 20대 청년이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죽인 사건을 비롯해 날벼락 같은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물론이고 부정부패에 얽힌 공직자 및 정치인들이 감옥살이와는 별도로 비록 법적으로 강제된 사죄일망정 피해 당사자인 국민, 가족, 그리고 주민들 앞으로 나아가 무릎 꿇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하는 모습이 공개된다면 모든 국민들에게 좀 더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죄특별법”을 만들면 어떨까. 그런 법은 범인들과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게 감옥살이보다 더한 치욕적 사죄장면을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말라는 경종이 될 것 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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