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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는 만들어 놓고... 왜? 최고임금제도는 없나

[신한일보=임승환 기자]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최저임금의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를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9년 올해의 최저임금은 시간급으로는 8,350원이고 월급으로는 209시간(주40시간+유급주휴8시간 포함)을 근무할 경우 1,745,150원이고 연봉은 단순계산(1,745,150 x 12개월)으로 20,941,800원이다. 

여기에 400% 정도의 연간 보너스를 더한다고 가정하면 27,922,400원이 된다. 한 마디로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킨다면 근로자들은 누구나 연간 2,8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게 된다.

이렇게 최저상한선이 있으면 최고상한선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지나친 저임금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고임금도 문제이다. 똑같이 하루 8시간의 노동을 하면서도 수십, 수백 배씩 소득이 차이난다면 아무리 일의 종류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평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더욱이 똑같은 수준의 공부를 하고서도 직장에 따라서 소득이 수십, 수백 배씩 차이가 난다면 그런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일까?

최저임금을 정하는 목적이 공존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최고임금을 정하는 목적도 공존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몇몇 시민단체에서 “최저임금:최고임금=1:10”으로 정하자는 제안과 함께 경영자총협회 및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이런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들 말로는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심각한 현실적 소득격차는 “사람위에 사람 있고 사람아래 사람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비슷한 체격, 비슷한 교육수준, 비슷한 나이인데 어떻게 소득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날 수 있단 말인가. 고대의 자급자족사회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늘과 땅만큼 소득이 차이가 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교환에 있다.

사리사욕이라는 본능적 욕구를 가진 인간은 교환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게 주고 많이 받는 불공정교환을 추구한다. 주먹이 센 자는 그런 불공정거래를 힘으로 강제하고 군사력이 강한 국가는 그런 불공정교역을 무력으로 강제한다. 마피아들이 일반시민들의 재산을 힘으로 빼앗고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자원을 무력으로 강탈해 가는 것은 그런 불공정교환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설령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갑과 을의 이익이, 또 강대국과 약소국의 이익이 백배, 천배 차이난다면 이미 그 결과는 합법이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강도짓일 뿐이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년 전 영국 상위100대 기업의 고위임원들은 말단노동자들보다 평균 45배 정도 많은 급여를 받았지만 현재는 평균 130배나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최고임금을 정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불공정한 결과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언론인 샘 피지개티(Sam Pizzigati)는 2018년에 『최고임금(The Case for a Maximum Wage)』이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는데 이 책의 핵심내용은 “함께 잘사는 나라”이다. 

최고임금을 정하면 지금까지 수백, 수천 배씩 높게 지불되었던 고위임원 및 고위공직자들의 봉급과 각종 특별수당이 세금으로 환수되거나 시중에 환류(還流)되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므로 전체적인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함께 잘사는 세상이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17년 현재 1분위(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398,0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어든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9,290,000원으로 2.5% 늘었다. 

올해도 중요공직자 및 기업총수들이 신고한 재산내역을 보면 일반서민들의 재산은 줄어들었는데 반해 그들의 재산은 오히려 수억, 수십억대로 올랐다. 이런 결과는 법적 양반과 상놈은 사라졌지만 현실적 양반과 상놈은 여전히 넘치고 있다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

현실적으로도 최고임금을 정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전체국민 중 상위 20%에 속하는 특권층에 불과할 것 같다. “함께 잘사는 나라”는 결코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중하위 80%가 상위 20%의 고소득에 기여해 왔으니 이제부터는 상위20%가 중하위 80%의 소득향상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형평성에도 맞지 않겠는가?

임승환 기자  press35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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