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근불가원'의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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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가근불가원'의 국가들
  • 임승환 기자
  • 승인 2019.01.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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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일보=임승환 기자] 2005년 한일수교 40주년을 맞아 고(故) 김종필(金鍾泌) 총리는 “일본인들에게 충고하다”라는 제목의 기념연설에서 한일문제에 대해 상세히 언급한바 있다. 그의 연설문 중 우리가 새겨 보아야할 중요내용만 요약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일(韓日) 두 이웃나라는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빈번한 문화적, 인적 교류를 통해 동양문명의 일원이 되어 세계사에 남을 만한 창조와 건설의 업적을 남겼습니다만 침략과 지배, 전쟁과 반목의 시기도 길었습니다. 

1965년 한일수교로 시작된 새로운 40년은 양국 간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력과 교류의 시기였다고 평가될 것입니다. 한일국교 수교가 이뤄졌던 1965년 양국의 상호방문자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양국 간 방문자는 하루에 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양국 방문자수가 500만 명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양국의 지도층은 정치나 외교보다도 앞서가고 있는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이런 경제적, 문화적, 인적 친선협력의 바탕을 깨뜨리지 않고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지도층부터 먼저 정확한 역사인식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고대에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과 기술과 문화가 일본문명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저는 일본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씨가 최근의 저서에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요지는 “인종적으로 몽골과 한국은 일본인의 본가(本家)이다. 분가(分家)인 일본인은 항상 본가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동시에 본가인 한국인은 일본열도에 진출하여 찬란한 문명을 일으킨 분가 사람들의 진취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양국민의 인종적, 지리적, 역사적 밀접성이 그러한 상호존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일본과 아시아국가 사이엔 국경을 넘으면 영웅이 역도가 되고 역도가 영웅이 되는 그런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일본인에겐 명치의 원훈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침략의 원흉입니다. 저는 여기서 일본의 가혹한 한반도 통치를 상기시켜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은 창씨개명(創氏改名)으로 한국인들이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성(姓)을 빼앗아 갔고 한글마저 못쓰게 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인들은 우리민족의 혼을 말살하려고 하였습니다.

이제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이 놀라운 고도경제성장을 계속하면서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되었습니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일본, 중국, 이 세 나라의 국민총생산은 약12조 달러로 11조 달러의 미국을 능가합니다. 일중(日中) 무역액은 약2,000억 달러로서 사상 최초로 미일(美日) 무역액을 앞질렀습니다. 

한중(韓中) 무역액도 794억 달러를 기록하여 한미(韓美)무역액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작년 일본은 250억 달러의 대중무역적자를 기록했고 미국도 중국에 대해서 1,65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았습니다. 한편 한국은 중국에 대해서 약2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일본에 대해서는 24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습니다. 

한·일·중, 아시아 3국은 이렇게 밀접한 관계로 발전하였고 여기에 미국을 더하면 한·일·미·중은 태평양경제공동체로서 네 나라 GDP의 합은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섭니다.”

고 김종필 총리가 밝히고 있는 이런 “한·미·일·중”의 상호관계를 놓고 볼 때 우리의 갈 길은 분명해 진다. 미·일·중, 삼국 중 우리가 뿌리쳐도 좋을 나라는 하나도 없다. 

책상을 지탱하고 있는 네다리 중 어느 하나만 부실해도 책상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듯 이제 한·미·일·중 4국은 어느 한쪽만 관계가 부실해도 서로가 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듯 4국은 책상의 네다리처럼 적당히 떨어져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서로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무리 싫어도, 아무리 미워도 세 다리 책상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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